Ⅰ. 서론
최근 세계적으로 ESG가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활동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적 책임), Governance(거버넌스)를 의미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평가하는 프레임이다. 이것은 기업활동에 매출, 이익 등의 재무적 요소만이 아니라, 환경과 윤리, 사회문제 등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가치를 담고 있다(손광표, 황원경, 2021).
ESG의 등장은 경제 사회가 성숙해지면서 지난 20세기까지 경험해온 것과 같은 시장의 확대는 어려워진 반면, 지금까지 인류의 경제 활동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성장의 결과로 나온 격차가 사회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성장을 이룰까’로부터 ‘어떻게 성장을 지속할까’로 사람들의 관심과 아젠다가 변했기 때문이다(Amundi Japan, 2018).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4.0이 논의되면서 포용적 자본주의의 부상으로 기업 경영 및 국가 정책의 기조가 달라지고, 코로나19와 같은 대재앙의 경험과 기후변화 문제가 맞물리면서 국제사회의 위기와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기업 경영의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해지면서 ESG는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아울러, 주력 소비자로 떠오른 MZ세대1) 의 ‘미닝아웃(meaning-out: 신념을 표출시키는 소비행위)’과 같은 가치소비의 확산과 환경, 사회, 공정성 이슈 등은 기업의 실질적인 ESG 이행의 가속화를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측면의 ESG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한 실증연구에서는 ESG 자체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형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기업활동임에도 기업 이미지 형성을 통해 가격에 대한 공정성 지각으로 연결되어 기업에 대한 태도 및 충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박윤나, 한상린, 2021). 따라서 제품과 서비스 본래의 가치 이외의 다양한 부가적 가치를 크게 지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의 ESG 활동이 경쟁우위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유통산업은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 중심의 이른바 ‘리테일 테크(retail tech)2)’로 유통서비스가 고도화되는 유통 4.0 시대를 맞이함과 동시에,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언택트(untact) 경제로의 전환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온라인 채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 현상(삼정 KPMG, 2021)과 함께 옴니채널(omni-channel) 등의 등장으로 온-오프라인 경계 융화 등 유통산업의 카테고리 경계가 사라지는 ‘빅 블러(big blur: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의 경계 융화)’ 현상까지,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통 패러다임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경영과 유통의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유통기업들은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위한 실천의 방안으로 ESG를 경영에 도입하고 실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ESG에 관한 개념 및 ESG 평가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고, 특히 산업별 특성이 고려된 개념과 방향성 등이 모호한 상황에서 ESG 도입에 적극적인 기업들도 전략과 실천 계획의 수립에 많은 고민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ESG의 도입은 거대한 시대적 흐름인 만큼, 본 연구에서는 ESG의 이해를 위해 지속가능경영과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V (creating shared value) 및 UN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개념 이해를 근간으로, 사례를 통한 국내외 유통기업이 실천하고 있는 ESG 활동 내용과 그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하여 유통산업의 ESG 전략 유형의 시사점을 도출함으로써 국내 유통기업의 ESG 도입과 실천의 활성화에 도움에 대한 시사점을 발견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영환경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유통산업 분야의 ESG 관련 이슈 대응을 위해 사례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분석 대상의 유통기업으로는,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혁신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의 성공사례로 불리며,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활한 월마트, 등장과 함께 전 세계 유통산업의 판도를 뒤흔든 온라인 유통 시장의 강자 아마존, 네이버와의 동맹 및 이베이 인수로 이커머스 시장으로의 확대 모멘텀을 마련한 이마트, 그리고 올해 초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한국 최고의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알린 국내 이커머스 1위의 쿠팡을 그 대상으로 했다. <표 1>에 분석 대상기업의 프로필을 정리한 바와 같이, 설립일은 1962년의 월마트부터 2010년 설립한 쿠팡까지 약 반세기에 걸쳐 있고, 시가총액 또한 크게 차이가 있는데, 이는 각 기업의 비즈니스 카테고리 및 주력 분야와 비즈니스 전개 지역 등에서 서로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출처: Yahoo Finance (2021. 12. 5.). https://finance.yahoo.com
따라서, 본 연구는 유통산업 내 다양한 규모와 형태 및 비즈니스 유형의 유통기업이 실천하고 있는 ESG 사례를 비교 분석하였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연구를 위한 참고자료는, ESG와 지속가능성, CSR, CSV 등이 서로 연관성을 갖고 발전된 개념의 유사한 흐름에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사례기업들의 ESG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내용을 같은 범주로 보고 검토하였다. 분석의 자료로는 각 기업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ESG 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고서 및 활동 내용에 관한 보도 자료 등을 활용하였으며, 그 내용들을 E, S, G로 각각 분류하여 정리하였다. ESG 각 분야의 추진 요소인 카테고리를 ‘드라이버(driver)’로 정의하고, 사례기업의 각 드라이버별 주요 내용과 함께 SDGs와의 관계성도 분석하였다(<표 2>). 나아가 ESG 평가의 현황 이해를 위해 사례기업의 ESG 등급을 평가하고 있는 국내외 평가기관 5곳의 평가 기준과 방식에 대해서도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사례기업들의 공통된 이슈와 차별화된 이슈 등을 도출하고, ESG 등급 현황 비교를 통한 시사점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분석대상 | 단위내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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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주요 활동 | - E, S, G 각 추진 요소(드라이버) | - 드라이버 별 주요 내용 |
ESG 평가현황 | - 평가기관 별 평가현황(국내외 5개 기관) | |
SDGs와의 관계성 | - SDGs 17개 목표 달성과의 연관성 |
다만, 본 연구의 4개 사례기업은 규모 및 주력 시장이 서로 상이하며, 해외(미국)기업과 국내기업으로 구분된다는 측면에서 ESG 관련 상황이 다를 수 있으며,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게시된 자료가 아니라, 각 기업이 자사의 형식으로 작성하여 홈페이지와 언론에 공개한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한계는 있을 수 있다.
Ⅱ. 이론적 배경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머리글자로, 사회적 책임 혹은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투자의사 결정 시 기업의 재무적 요소와 함께 고려하고 있는 핵심 요소이다(UNEP FI, 2005).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DJSI)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발전을 통해 관련되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나아가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접근법”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이정기, 이재혁, 2020), 비재무 성과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요소는 ESG 즉 환경, 사회, 지배구조이며, 각 요소는 다양한 하위요인들로 이루어져 있다(이정기, 이재혁, 2020; Ben-Amar et al., 2017). 지속가능성 및 지속가능경영 관련 정의들은 비재무성과에 대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단기적, 정량적 재무 요소에 의해 성과를 평가해 왔던 것과 달리,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이것은 보이는 것만이 아닌 그 이면의 세계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로, ESG 경영은 비재무적인 가치의 힘에 대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ESG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 아닌 ESG를 관통하는 근원적 가치는 ‘지속가능성’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에서 논의되어 온 개념이다. 지속가능성은 1987년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의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 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가 발표한 브룬트란트 보고서(The Brundtland Report)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면서 광범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정승환, 2021). 이후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회의에서 환경, 사회를 아우르는 경영활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2004년 UN 글로벌 콤팩트(UNGC: UN Global Compact)의 “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 ESG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다(정승환, 2021). 2006년 UN은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함께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제정하고 공론화되면서 많은 국제기관에서 ESG 관련 국제표준 및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출범하며 발전해 왔다(정승환, 2021).
선행연구의 검토를 통해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실천을 위한 구체적 요소로 정의하는 경향을 알 수 있었다. 사회적 책임을 포함한 윤리경영과 아울러 기업에서 강조되고 있는 용어가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management)이며(오근혜 외, 2012), ESG는 환경오염 방지 활동(환경), 노동자 및 이해관계자(사회), 이사회 구성 및 의사결정(지배구조) 등을 기초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설명하고, 이러한 ESG 원칙을 기업의 경영활동에 효과적으로 반영할 때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조대형, 2021; Ben-Amar et al., 2017).
ESG와 기업가치와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들에서 ESG 활동은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초래할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지배구조의 효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가치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강원, 정무권, 2020), 따라서 기업은 경영 과정에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부분을 모두 감안하지 않을 경우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조대형, 2021; Holden et al., 2017).
ESG와 재무성과와의 실증분석 연구도 있는데, ESG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임을 실증적으로 주장하였으며(장승욱, 김용현, 2013), McKinsey(2019)는 ESG 투자가 다양한 경로로 기업가치에 영향과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3). 또한, 기업의 ESG 평가정보 및 이익관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과 ESG 평가정보의 일부가 기업가치에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한 ESG 평가와 기업가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증분석 연구도 있다(임종옥, 2016).
한편, 유통산업에서 유통기업은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맺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관련 성과와 더불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전광호, 김성진, 2014). 소비자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효과를 실험한 연구에서는 지역사회, 환경문제, 기부활동 및 제품과 관련된 윤리성 등이 다뤄지고 있었다(김해룡 외, 2005). 지역사회 및 환경에 대한 기업의 공헌도, 자사 품질에 관한 관리(김해룡 외, 2005; Lafferty & Goldsmith, 1999), 제품 품질 관리 및 종업원에 대한 처우 등이 그 예이다(김해룡 외, 2005; Folkes & Kamins, 1999).
선행연구에서 ESG는 기업가치와 재무성과에 영향을 주거나, 책임투자를 위한 고려 요소, 사회적 책임 활동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보다 좀 더 구체적인 실행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나경, 임수연, 2021). 그러나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유통산업의 특수성이 고려된 ESG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으로, 유통산업 생태계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어떠한 ESG 활동과 실천에 관심을 두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의 ESG 평가도 평가기관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고, 제한적, 정량적 공개 정보만으로 평가하고 있어 ESG를 도입하고 실천하려는 유통기업들의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ESG는 근원적 개념이 지속가능성에 있으면서 구체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유사 개념인 CSR, CSV 및 SDGs와 구분된다. CSR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선한 기업’의 개념이고, CSV는 사회와 기업 경영의 공유가치 창출 개념으로 ‘현명한 기업’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한편, SDGs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로 지속가능경영, ESG 경영, 환경 경영의 가장 중심이 되는 글로벌 기준이다(UN SDGs 협회) <표 3>.
* 블랙록의 Pink 회장이 ESG의 보고기준으로 ‘SASB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와 ‘TCFD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를 제시(삼정 KPMG 경제연구원, 2021).
참고: 이은선, 최유경 (2021). E.S.G. 공시(公示)의 제도화를 위한 관련 개념의 정리와 이해. 법학논집, 26(1), 121-156. 참고하여 재구성.
지속가능성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에서 논의하고 정립한 개념으로, 현재와 미래 세대 간의 공평한 활용을 전제로 한 미래 지향적인 개념이며 ESG는 세대 간 공평성을 전제하지는 않지만,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속가능성과 지향점이 같고, 각 경제 주체가 ESG를 잘 추구하면 지속가능성도 제고된다는 면에서 유사한 개념이다(최재천 외, 2021).
CSR은 평판 리스크 대응을 위한 비교적 소극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익과 무관한 사회를 위한 활동이다. 1953년 Howard Bowen의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에서 CSR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제시하며, 기업가의 사회적 의무를 체계적으로 설명하였다(김성훈, 2006). 주주만이 아닌 종업원, 고객, 거래처,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활동을 경영에 반영한 것이다. 시장을 공생의 생태계로 인식하는 자본주의 4.0이 등장하면서 지속가능경영과 함께 기업들의 성숙한 윤리의식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2010년에는 CSR의 세부 실행지침으로 ‘ISO4)26000’이 국제표준으로 개발되었다. ISO26000은 사회책임을 조직,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한 운영, 소비자 문제, 지역공동체 참여와 발전의 7개 핵심 주제로 규정하고 있는 UN글로벌콤팩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To do 리스트’로서(笹谷秀光, 2019), 최근 ESG 경영을 실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글로벌 가이드라인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CSV는 CSR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2011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Michael Porter 교수가 주창한 개념5)으로, 기업의 목적인 경제적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공유가치 창출의 경영 전략이다(최재천 외, 2021). 경영의 대가 Philip Kotler는 “소비자의 이성에 호소하던 마켓 1.0 시대와 감성․공감에 호소하던 2.0의 시대에서, 소비자의 영혼에 호소하는 마켓 3.0의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주장하며, CSV 기반 미래 시장의 경영 전략을 제안했다(Kotler, 2010). CSV는 기업의 핵심역량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된다는 개념으로, 경제성 측면에서 ESG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CSV의 발상은 2015년 발표된 UN SDGs6)로 이어졌다.
SDGs는 17개 영역, 169개 실행 목표들이 제시된 지속가능성의 공통 언어라 할 수 있으며, 기업이나 비즈니스와 관계없는 ‘인류 공통의 해결 과제’로 2030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笹谷秀光, 2019). ESG 경영의 선두 기업들은 SDGs의 여러 세부 목표들을 지침서로 활용하여 지속가능경영 목표를 설정하고, 정량 지표로 관리한다. ESG 각 항목에 대해 달성할 목표를 숫자로 제시하고,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업데이트하고 있다(이현주, 2021).
모두 사회문제의 해결이라는 명제로 인류 공통의 문제인 SDGs 아젠다 실천으로 포괄할 수 있는 기업의 경제 활동 영역이지만, 개념과 범주 및 관점에서 명확하게 구분된다. ESG는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주목받는 개념으로 ‘지속가능경제’로의 진화를 촉진하고 있다.
ESG는 2015년 UN SDGs 정립 이후 기후재무정보공시협의체(TCFD: Task Force on Climate 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와 함께 금융기관 등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ESG에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확산의 계기가 된다. 이후 2019년 미국의 주요 글로벌기업 CEO들이 경영의 기본방침을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선회한다는 BRT(Business Roundtable)7) 선언으로 ESG 경영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폭발했다(유인식, 2021).
국내에서는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Pink 회장이 최고경영자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겠다.”는 선언으로 ESG가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ESG 분야의 역사는 짧지 않아 전 세계에 수백 개의 기관들이 기업의 ESG 평가를 하고 있으며, 기관마다 다양한 평가지표와 모델을 이용하고 있어 그 결과도 상이하다. 또한 기관에 따라 수백, 수천 기업들을 평가하고 있으며, 업계에서 역사도 최소 10년에서 약 20년으로 짧지 않다(김인구, 2021).
ESG 평가기관이 자사 나름의 평가 방법과 기준으로 기업의 ESG 성과를 측정하지만, 참고 정보 공개 기준은 대부분 국제표준을 따르고 있으며, 현재 주요 참고 국제기준은 GRI, SASB, TCFD, CDP, UNGC principle8) 등이 있다(김인구, 2021). 그러나 ESG 평가기관들은 해당 국제기준을 참고하여 <표 4>와 같이 평가 방법과 지표는 자사 고유의 모델을 사용하여 각각의 평가 주기로 ESG 측정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국제기준을 사용하더라도 평가기관별로 세부적인 점수 산정이나 가중치 적용에 따라 결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참고: 전경련 (2021a). 국내외 ESG 평가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 ESG MEMO Vol.2, 김인구 (2021). ESG Risk: 평가 기준 혼선과 기업의 대응 방안 고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KONETIC Report, 강봉주 (2020). ESG 총정리. Meritz Research, 서스틴베스트 홈페이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홈페이지 및 지속가능발전소 홈페이지 자료를 참고하여 재구성.
최근 유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온 두 가지 이유는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의 진보라 할 수 있다. 고령화와 MZ세대의 부상으로 주력 소비층이 변하고, 1인 가구 및 여성의 사회활동 인구 급증으로 생활 패턴이 변화되고,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소비자의 기대치와 니즈가 크게 변화하였다. 이에 대한 대응력을 제고하기 위해 유통기업들의 디지털 강화로 이커머스 경쟁이 과열되던 중에, 코로나19를 만나면서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화 등 유통산업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실생활과 밀접하고 접점이 많은 유통산업은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소비자의 기업에 대한 인식 평가 역시 중요해졌다.
과거 소비자들은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 자체를 중요시하였으나, 최근 소비자들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상품 자체의 가치 이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나 사회공헌 노력 역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김수연 외, 2021).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기업의 환경보호 및 사회공헌활동의 실제 평가 결과가 관성적 구매와 같은 소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으며(전유정, 유현정, 2018),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기업평가와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기업에 지니게 되는 이미지와 구매 의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지속가능경영의 이념 및 실천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인 인식이 기업의 장기적인 존속의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호배 외, 2014). 이러한 연구를 통해 유통산업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 활동의 지속가능경영과 소비자와의 관계성이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ESG가 유통산업에 있어 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속가능성의 보다 구체적인 실행의 개념인 동시에 지표로서 투자자는 물론 소비자에게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국내외 비재무평가(DJSI, MSCI, CGS 등) 종합분석을 통한 산업별 ESG 우선순위 이슈에서 유통산업은 E와 S에서 경영 이슈가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준희, 2020). 특히, 임직원들의 안정된 고용과 건강한 노동환경에 우선순위를 두고 ESG 경영을 해야 함을 강조하며, 투자자 및 고객의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윤리적 가치가 있는 성장하는 기업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으므로 기업들은 끊임없이 경영환경 리스크를 센싱(sensing)하고 재무적인 성장도 동시에 창출해야 한다고 비즈니스 특성을 기반으로 분석하고 있다(이준희, 2020).
그러나, 물류를 포함하는 유통산업은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며, 소비자의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만큼, 가치소비의 대두로 인한 친환경과 같은 E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유통산업의 범위가 넓은 만큼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고용과 노동, 사회공헌 등 사회적 지표인 S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결국 ESG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인 공감대와 책임을 인식하고,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기회 창출의 계기로 삼는 유통기업만이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사례분석
월마트는 기업의 역사가 긴 만큼 지속가능경영의 역사도 길다. 2005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왔으며, 2019년부터 “Walmart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Report”를 발간함으로써 ESG 경영 모범기업으로 유통업계 왕좌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20년 5,591억 달러(약 611조)로 사상 최고 매출로 전 세계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24개국 및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에서 48개의 배너로 약 10,500개의 매장과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9) 월마트는 전통적 오프라인 기업이지만,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옴니채널 도입 등 리테일 테크 기반으로 이커머스 매출 비중이 전년보다 86%나 증가함으로써(김동관, 2020),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다시 한번 부활한 불사조 기업이라 할 수 있다. ‘Everyday Low Price’를 슬로건으로 초저가 마케팅 전략으로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값싼 노동력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비윤리적인 기업의 대표격으로 큰 비난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ESG 경영을 실천하면서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전경련b, 2021).
월마트는 ESG 실천에 있어서 생태계적 접근법을 전략으로 모든 협력사 및 관계사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든 공급망에서의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기가톤(Project Gigaton)’, ‘PPA(Power Purchase Agreement)’와 2025년까지 ‘폐기물 제로(zero-waste)’를 목표로 공급망까지 식품 폐기물을 관리하는 활동, 공급업체와 함께 지속가능경영 실천을 위한 ‘지속가능한 가치 네트워크(sustainable value network)’ 구축 등이 있으며, 옴니채널 등 디지털 기술을 ESG 실천에 활용하고 있다.
노동 및 노동의 질 등 S 부분의 이슈와 비난이 많음에도, E 부분의 활동을 정량적 데이터 관리와 함께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5>).
참고: Walmart (2020). Walmart Environmental, Social & Governance Report 2020. 참고하여 재구성.
아마존은 Jeff Bezos가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Amazon.com)’으로 시작한 온라인 유통 공룡이다. 등장과 함께 세계 유통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며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10)’로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몰락을 의미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를 가속 시켰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매출 3,860억 달러(약 456조 원)로, 매출의 약 51%를 전자장거래가 차지하는(이승호, 2021) 온라인 시장 중심 유통기업이다. 그러나, 기술 기반의 온라인 성공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 ‘아마존 고(Amazon Go)’ 등 오프라인 매장을 전개하며, 쇼핑 채널의 확보 및 상품 전시장 기능의 제공을 통한 고객 경험 기반의 서비스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Bezos는 주주서한에서 ‘아마존을 친환경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2019년 9월 기후서약(climate pledge)에 최초로 서명한 주체임을 알리며, 친환경 실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강조하며, 2019년부터 ESG 보고서도 발간하고 있다.
CNBC는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평가를 바탕으로 아마존의 ESG는 환경(E) 관련 지표는 개선됐으나, 직원을 대하는 방식이 포함된 사회적 책임(S) 지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가장 큰 리스크인 노동 문제로 인해 산업안전 관련 점수가 아마존의 전체 ESG 등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 산업안전보건위원회(National Council on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는 아마존은 노동환경이 열악한 기업이라며, 가장 위험한 고용주 명단에 포함시켰다(이신형, 2021).
그러나, 아마존의 ESG 전략은 E 분야에서 명확한 목표 제시 등 정량적 활동들과 함께 환경 관련 기술 개발 등 투자에도 적극적이며, 전체적인 ESG 활동 내용은 환경 관련 공시 비율이 70% 이상으로 E 분야에 대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S 분야에는 개선의 지적을 의식한 듯 S를 ‘People’로 정의(<표 6>하고, 고용과 관련한 규모 및 형태, 급여 경쟁력과 보너스 등 다양한 내용을 공시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확대로 인한 영향과 함께 대체로 양적 확대의 활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참고: Amazon (2021. 6.). Amazon Sustainability 2020 Report: Further and Faster, Together. 참고하여 재구성.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을 1호점으로 국내 최초 할인점을 오픈한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와 법인 분할을 통해 국내 대표 마트 브랜드로서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마트)’와 ‘노브랜드(PB 브랜드)’ 등 전문몰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영역에서 활약해 왔다. 그러나 점차 오프라인 매장의 감소 등 유통산업의 온라인 시장 확대에 따른 대응으로 신세계그룹과 함께 네이버와의 동맹에 이어 이베이(ebay) 인수까지 디지털 유통기업으로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2020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22조 330억 원(이마트, 2021)을 기록한 이마트는, 2019년 초 본격적인 온라인 시장 진출을 위해 ‘SSG닷컴’을 설립하였고,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온라인 장보기 열풍을 일으키며 온-오프라인 협업 시너지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마트는 2013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실천해 온 CSR의 연장선상에서, ISO 26000의 7개 항목에 의한 활동들을 친환경, 사회공헌, 동반성장, 투명경영의 4개 드라이버로 구분하여 ESG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표 7>).
드라이버별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ESG 경영의 실천이라기보다는 봉사, 기부 등 CSR의 요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쿠팡은 2021년 초 뉴욕 증시에 상장한 한국 최고 유니콘 기업이자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이다. 설립 이후 약 10년 만의 결실이다. 2014년 런칭한 익일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 모델의 실현을 위해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전국 100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 구축과 함께 국내 고용 규모 3위11), 매출과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 수에 있어서도 선두에 있다. 딜로이트의 2014~2019 회계연도 평균 성장률 조사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한 Top 50’에 쿠팡은 연평균 102.6%의 성장률로 1위에 올랐다(딜로이트, 2021).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역대 최대 매출인 13조 9천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3% 증가했으며, 국민의 절반 이상(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기준)인 54%가 쿠팡을 사용하고 있다(쿠팡 뉴스룸). 그러나, 쿠팡은 지속적 적자를 유지하며, 고객 만족을 위해 투자에 집중할 때라며(박찬수, 2021), ‘Wow The Customer’를 강조하고 있다. ‘Wow The Customer’를 위한 첨단 물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쿠팡의 성장 과정이 친환경 실천 및 사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커머스로서의 ESG 경영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쿠팡은 앞의 사례기업들과는 다르게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단순히 빠른 배송만이 아닌, 물류 단계를 혁신적으로 단축(엔드 투 엔드: End-to-End12))하여 직매입과 직고용을 통해 고객에게 직배송함으로써 탄소배출량의 저감 등 ‘친환경 배송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로켓배송 실현을 위한 ‘싱귤레이션13)’으로 불리는 친환경 포장과 적재 효율화 및 배송 동선 최적화와 함께, 이 모든 것의 구현을 위한 필수 요소인 풀필먼트센터 등 물류 인프라의 확충은 지역사회 발전과 신규 일자리 창출, 그리고 소상공인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을 정량적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로켓배송과 같은 배송 관련 업무는 비교적 강도가 높은 노동조건으로,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의 물류 시설을 보유하고 확충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택배업무 분야의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이, 국내 택배업계 최초 100% 직고용을 실천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반면, 오히려 높은 이직율 및 작업환경 개선 등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S 부분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쿠팡은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ESG 보고서를 발간하지는 않지만, ‘쿠팡 뉴스룸(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게시하고 있다. 아울러 본 연구를 위한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활동 내용을 바탕으로 드라이버를 정의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 하였다(<표 8>). E와 S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S 분야의 질적 성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4개 기업의 ESG 활동 내용을 드라이버 중심으로 비교해 본 결과, E에서는 ‘기후’, ‘탄소저감’, ‘폐기물(waste)’, ‘지속가능성’과 같은 기후변화 관련 이슈가, S에서는 ‘인권’, ‘공급망’, ‘고용’, ‘지역사회’ 등이, G에서는 ‘전담조직(매니지먼트)’, ‘윤리’, ‘기업 지배구조’ 등 투명경영에 관한 이슈가 공통적으로 도출되었다(<표 9>). 단, G에 있어서는 국제표준에 따라 공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해외기업과 국내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각 기업의 정부 규제 상황과 경영 상황 및 형태에 따른 대응이 상이하므로, 그 실천 내용 또한 각 기업별로 상이하다.
한편, 4개 기업 모두 E와 S에서 다양한 활동들이 중점적으로 실천되고 있었다. 모든 기업이 E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이니셔티브 가입 및 협력적 거버넌스, 직접적인 투자 등 환경 관련 대응에 있어 정량적 목표 제시와 관리에 의해 중점적으로 실천되고 있었다. 이에 비해 S 분야는 관련된 리스크 대응은 하고 있지만, 즉각적이고 구체적 실천이나 차별화된 내용 보다는 고용의 규모, 급여 및 복지 확대 등 양적 성장이 성과로 주로 부각되고,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질적 성장의 성과는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으로 인식하고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부각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ESG 평가기관에 의한 평가에서 4개 기업 모두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5개 평가기관 중 서스테이널리틱스가 사례기업 4곳 모두를 평가하고 있었으며, 기업 중에는 이마트가 국내외의 5개 기관으로부터 모두 평가되고 있지만, 그 등급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결과가 나왔다(<표 10>).
출처: 각 평가기관 홈페이지 공개자료, 강계만 (2021). 참고하여 재구성.
평가기관 중 업계 1위인 MSCI의 평가에서 월마트, 아마존, 이마트 모두 ‘기업 행동(corporate behavior)’이 낮은 수준이었다. 그 외에 월마트와 이마트는 ‘제품 안전 및 품질(product safety & quality)’, ‘공급망 노동 기준(supply chain labor standards)’가 낮은 수준이었고, 아마존은 ‘노무관리(labor management)’가 낮은 수준이었다. 한편, 월마트와 이마트는 ‘개인정보 및 데이터 보안(privacy & data security)’가 리더인 높은 수준이었고, 아마존은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제품 탄소배출량(product carbon footprint)’가 높은 수준이었다.
유통기업은 전반적으로 경영진 리스크 및 부패 관행 등 비즈니스 윤리에 해당하는 기업 행동(corporate behavior)14)에서 낮은 평가였으며, 같은 유통업이지만, 플랫폼화 되는 이커머스 기업이 노동(labor) 이슈에 취약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월마트의 경우, 유통업의 리스크를 장기간의 경험과 적절한 대응을 통해 기회로 전환하고 있으나, 아마존과 쿠팡의 경우 아직 기업의 역사도 짧고, 유통의 전 단계를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 특성에서 나오는 노동 이슈, 입점의 수적 제약이 없는 이커머스 비즈니스 특성상 입점업체, 즉 셀러 매니지먼트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ESG 경영의 중심이 되는 글로벌 기준인 SDGs와의 관계성을 살펴보기 위해, 사례기업 4곳의 ESG 활동이 지속가능발전실현을 위한 목표들과 어떻게 연관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표 11>). 월마트와 아마존은 ESG 보고서에 공시하고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이마트와 쿠팡은 활동 내용을 바탕으로 관계성을 살펴보았다. SDGs의 17개 목표와 4개 기업의 ESG 드라이버 및 주요 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5. 성평등’,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12.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13. 기후변화와 대응’의 4개 목표가 공통으로 도출되었는데, 이것은 17개 목표 중 특히 기업 개선 활동과 연관성이 높은 목표들이기도 하다.
아마존과 쿠팡은 유통기업이면서도 기술 기반의 온라인 중심 이커머스 비즈니스라는 점과 IT 기술 및 소프트웨어 관련 비즈니스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월마트와 이마트보다 폭 넓게 다양한 항목에 동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Ⅳ. 결론 및 시사점
ESG는 아직 그 개념이나 도입과 실천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개념이기는 하나, 시장의 변화에 민감한 유통산업에서는 신속하게 ESG 경영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등 기업 경영에 ESG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해외 및 국내 유통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천되고 있는 ESG 활동 내용을 검토하면서 국내 유통산업의 ESG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노력하였으며, 구체적인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개된 정보를 통해 각 평가기관마다 상이한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있음에도 유통 4개사는 모두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으며, 보통 혹은 그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 단지, 해외기관과 국내기관의 평가에서 차이가 있는 정도였고, 이마트가 그러한 사례이다.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산업에 비해 국내 유통산업의 ESG 경영의 도입 및 활용 수준은 전반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향후 유통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관심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유통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표준화된 도입과 실천 가이드 및 평가 기준의 마련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유통기업은 유통 생태계적 차원의 대응 모색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유통기업은 S에서 이슈가 많았으며, 평가에서도 노동과 안전, 공급망 관리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결과가 많았다. 그리고 유통기업들은 개선을 위해 즉시 실천 가능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양적인 개선방안에만 치우치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안전 보건 등 노동의 환경은 질의 문제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므로 장기적인 안목의 경영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ESG는 모든 요소가 연결되어 함께 작동하는 것이므로 당장 착수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기보다 중장기적 관점의 균형 있는 실천 방안을 구사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유통산업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과 함께 ESG 경영에 있어서도 그러한 기술의 활용 또는 기술 개발을 통한 디지털 ESG 경영 체제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현실적으로 당장 착수하여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E 분야에서의 정량데이터 관리는 ESG 경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향후 E 분야의 활동과 성과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평가할 수 있는 디지털 경영시스템의 구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의 4차산업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유통산업은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가기까지 그 경로가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또한 유통업이면서도 플랫폼 비즈니스 형태의 유통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ESG 전략에 있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참하는 생태계적 접근법 전략이 중요하므로, 플랫폼화 되는 유통 생태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생태계적 차원의 ESG 실천이 중요하다고 하겠다(정진섭, 우시진, 2021). 월마트의 경우 ‘Walmart Ecosystem’을 사람(people), 데이터(data), 기술(technology)의 3분야로 정의하고, 관계된 모든 협력사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에서 성과가 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유통업 ESG 경영을 위해 유통산업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통 생태계적 관점에서의 공동 정책 마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소 유통기업을 위한 ESG 스탠다드의 마련도 중요하다. ESG의 핵심 가치가 지속가능성에 있으므로 ESG 경영을 도입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장수기업으로 거듭 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자원의 제약 등으로 인해 ESG 경영을 기획하고 실행할 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따라서 ESG 도입과 준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기업은 ESG를 CSR 및 CSV와 구분하여 지속가능성 달성을 위한 전략적 경영의 분야로 접근해야 한다. 단순 기부나 봉사가 아닌 이해관계자 모두가 동참하는 방식의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ESG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의 미션 및 비전을 지속가능경영의 미션 및 비전과 결합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에만 집중하다 경영난에 봉착한다거나, 성과만을 강조한 나머지 장기적 플랜이 퇴색되지 않도록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활용하여 사회문제 해결과 ESG 정량성과를 관리하는 인에이블러(enabler)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공개된 데이터가 없으면 객관적 평가도 없다(no data, no score)’라는 말처럼 기업은 ESG 공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제표준의 현황 모니터링 및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ESG를 규제의 수단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기업이 ESG 경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유통산업의 ESG 경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 제공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ESG 활동 사례연구로 국내외를 대표하는 유통기업 4개사를 선정하여 구체적 전략 유형과 현재의 ESG 평가현황 등을 폭넓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다만, 본 연구의 사례기업 4개사는 미국기업과 국내기업, 글로벌기업과 로컬기업, 오프라인기업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ESG 관련 이슈와 동향 및 나라별 정책 등 그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본 연구의 분석에서는 그러한 상황적, 문화적 차이들을 모두 고려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분석을 위한 자료도 해당 기업의 다양한 자료가 아닌 주로 공개된 자료만을 활용하였으며,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의 추가 조사를 실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연구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향후 더 많은 유통기업을 대상으로 공시자료를 포함한 기업의 모든 관련 자료와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여 경영의 실질적 효과 등을 정량 연구로 발전시킨다면, 유통산업의 ESG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의 구체적인 근거자료로 유용성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